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특별기고] 인생에 기회는 삼세번.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2번의 좌절, 3번째 도전 끝에 879억원 규모의 백운광장 일대 뉴딜사업을 손에 쥐었다.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서 마지막 기회를 살려 힘겹게 이 프로젝트를 가져왔다.

이 사업이 꼭 필요했던 까닭은 1990년대 중반까지 중흥기를 누렸던 백운광장 일대의 영화(榮華)를 다시 재건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사업 선정 이후 직원들을 포함해 우리 남구청이 많은 축하를 받았다.

상인들을 비롯해 청년들, 특히 백운동 지역 주민들로부터 “애 많이 쓰셨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칭찬 듣고서 기쁘기도 했으나, 돌연 숙연한 마음이었다. 그간 이분들의 고충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알고 있어서다.

관내 유일한 상업지역, 남구 경제의 중심축이었던 백운광장 일원은 전남 서남권으로 향하는 교통 관문이었다. 목포를 가거나, 나주, 영암, 진도, 완도 등지로 빠져 나가기 위해서라면, 역으로 전남에서 광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 지나야만 하는 곳이었다.

충장로, 금남로처럼 광주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았지만, 그곳 못지않게 인파로 붐볐던 이유다.

유동인구와 차량 통행량이 많다 보니 상권 활성화는 당연한 이치였다. 봇짐장수나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이 일대를 누비던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모습도 흔한 풍경이었다.

백운광장 주변을 둘러싼 상가에도 손님이 차고 넘쳤다. 그만큼 상권은 활활 불탔다. 당시만 하더라도 광주 남구의 끝자락, 사실상 도시 외곽과 다름없던 이곳에 호텔 등 숙박시설이 즐비했던 그 자체가 옛 백운광장 일대의 화려한 중흥기를 보여준다.

1988년, 화려했던 백운광장 주변에 위기가 덮쳤다.

고가도로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훗날 상권 쇠락과 인구 감소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생각지도 못하던 때였다.

백운고가 완성 후 몇 해 지나지 않아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도시 외곽에서는 택지지구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던 타이밍이었고, 백운광장에 있던 간이 터미널마저 외곽으로 이동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도심 주민들도 터전을 옮겼다. 사람들 발길은 이렇게 뚝 끊겼다.

백운광장 일원은 십수년 세월을 이렇게 험난하게 흘려보냈다.

다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백운광장 뉴딜사업에 이 모든 것을 담았다. 머릿속에 그린 구상은 올해 하반기 백운고가 철거 작업이 예정돼 있어 이곳 일대 21만㎡ 부지에 새로운 경제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구청 소유의 옛 보훈청 일대를 젊은 층이 생활하는 청년창업 특화거점으로 육성하고, 낡은 모자보건센터 자리에 지하 5층, 지상 18층 규모의 건물을 지어 신혼부부 주택과 공동육아 나눔터, 기적의 도서관 등을 조성해 임신, 출산, 육아가 한꺼번에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백운고가로 인해 단절된 푸른길 공원을 연결해 이곳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2호점과 특화된 스트리트존, 문화광장, 전기 충전시설을 갖춘 184면 규모의 스마트 공용주차장 등을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꾀할 생각이다.

남구의 관문인 만큼 공중 원형육교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남구청을 비롯해 백운광장 주변 고층 빌딩 소유주들이 희망할 경우 빌딩에서 원형육교로 진입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만들어 보행 편의성 제공 및 사람 중심의 광장 기능 활성화를 꾀하고 싶다.

더불어 뉴욕 맨하튼 등 선진국 주요 도시에서 쉽게 접하는 고층 건물 외벽에 레이저를 이용한 미디어 파사드 예술을 도입,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반드시 백운광장 일대를 다녀와야 하는 광주 명소로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4년 뒤, 백운광장 뉴딜사업 프로젝트가 완료될 2023년 즈음에는 백운광장 일대가 천지개벽을 이룬 곳으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 일자리도 구할 수 있고,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해 거리를 꽉 채운 수많은 인파의 모습을 미리 그려 본다. 또 모자보건센터 인근에 울려 퍼지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해맑은 미소가 넘실거리는 활기찬 경제도시의 즐거운 모습도 상상해본다. 행복한 순간이다.

광남일보